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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청국장 띄우기

털보(고흥) 2015. 3. 1. 14:45


메주를 쑤고 남은 콩 5Kg. 청국장을 띄우기 위해 남겨둔 것인데, 차일피일 하다가 한 달이 지나가 버렸다.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지난 주말에 메주콩을 삶았다. 청국장이라고 뭐 삶는 방법이 특별할 건 없다. 메주 만들 때처럼 삶으면 된다. 난 언제나 두 시간 불리고 대여섯 시간 삶고 한 시간 뜸 들인다. 




그렇게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투자하여 만들어 낸 메주콩. 이제 청국장을 발효시키기만 하면 된다. 둥근 스텐레스 그릇에 무명천을 두르고 삶은 콩을 넣은 뒤 다듬어 둔 짚을 군데군데 꽂는다. 무명천을 덮고 두꺼운 이불을 씌워주면 끝. 청국장 띄우는 건 사실 사람의 손보다는 자연조건에 더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야 물론 있겠지만 그 나머지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환경이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방법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 청국장 띄우기 시작한 지 30시간 뒤의 모습


▲ 청국장 띄우기 시작한 지 30시간 뒤의 내부 온도. 아직 30도를 조금 넘는 정도다. 본격적으로 발효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띄우기 시작한 지 30시간이 지난 모습. 이때까지는 아직 그리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균이 그렇겠지만 고초균도 증식하는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발효가 완료된 청국장을 보면 하얀 실 같은 게 보이는데 이게 바로 바실루스(Bacillus)라는 고초균이다. 이 고초균이 증식하면서 균체 스스로 단백질 분해효소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 과정이 최소한 24시간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곧 짚이나 공기 중에 존재하는 고초균이 콩의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을 만드는 발효라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시간이 24시간 정도라는 말이다. 따라서 공기 중이나 짚에 제아무리 고초균이 많아도 '시간'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청국장은 만들어질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24시간 완성 청국장 발효기기'는 엉터리라고 보면 된다. 물론 24시간 만에도 하얀 실 같은 바실러스균이 생기기야 하겠지만 이 균이 콩의 단백질을 분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우리 몸에 흡수가 잘 되는 아미노산이 만들어지는데, 그러기에 24시간은 짧아도 너무 짧은 시간이다. 24시간 만에 만든 청국장은 좀 심하게 말하면 청국장이라기보다는 그냥 삶은 콩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니 24시간 만에 만든 냄새 안 나는 청국장 어쩌고저쩌고 하는 건 믿지 마시라. 단백질이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만들어지면 암모니아 냄새 같은 '꼬리한' 냄새가 안 날 수가 없다. 단백질이 발효되면서 냄새가 안 난다는 건 자연상태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 청국장 띄우기 시작한 지 60시간 뒤의 모습. 하얀 균사가 콩의 표면을 감싸고 있다. 표면은 수분이 날아가 약간 검게 변한다.


▲ 60시간 뒤의 내부 온도. 심하면 50도 이상까지 올라간다. 덮은 이불을 개폐하면서 40도 전후를 유지하는 게 좋다.


청국장을 띄우기 시작한 지 40시간이 지나면 내부온도가 급격하게 높아진다. 발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38~43도 사이에서 고초균이 가장 활발하게 증식 활동을 한다고 한다. 이보다 높으면 활동이 억제된다고 하니 덮어 씌운 이불을 개폐하면서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카페나 블로그 등을 보면 청국장 띄우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잡균이 스며들 수가 있으니 띄우는 동안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게 한두 사람이 뭐라고 써놓으면 그게 마치 정답이라는 듯 아무런 검증 과정 없이 무한히 복제된다. 그렇게 잡균이 스며드는 게 걱정되면 무균실에서 띄워야 한다. 청국장을 띄우기 위해 쓰는 짚 자체도 고초균 뿐만이 아니라 대장균 같은 온갖 잡균 투성이고 공기 중에도 수많은 잡균이 있다. 그런데 잡균이 스며들 여지가 있으니 띄우는 동안 열어보지 말라고? 도대체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청국장을 띄우는 모범답안마냥 수없이 복제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잡균이 걱정되면 차라리 청국장을 오래 띄우기 바란다. 고초균이 단백질 분해효소를 만들어내어 콩의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시키는데 이 아미노산이 더 분해되면 암모니아 가스가 생성된다. 청국장 발효 특유의 냄새 중 하나가 바로 이 암모니아 냄새다. 냄새는 비록 고약하지만 이 암모니아 가스는 잡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니 잡균이 걱정되면 24시간, 48시간 만에 만드는 냄새 안 나는 청국장 같은 것 믿지 말고 72시간 이상 오래 발효시키기 바란다. 발효는 시간의 과학이다.



▲ 청국장 띄우기 시작한 지 84시간 뒤의 모습. 겉모습은 60시간 뒤의 모습과 큰 차이는 없으나 암모니아 냄새가 심하게 난다.


▲ 청국장 띄우기 시작한 지 84시간 뒤의 내부 온도. 35도 이상 잘 올라가지 않는다. 발효가 끝나가고 있다는 표시다.


청국장을 띄우기 시작한 지 80시간 정도 지나면 내부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지 않고 35도 전후에서 안정화된다. 청국장 발효가 끝나고 있다는 표시로 이해하면 된다. 나의 경우는 청국장을 띄울 때 인위적으로 실내 온도를 높인다거나 뜨거운 곳에서 발효시키지는 않는다. 겨울철 우리 집 실내온도는 20도. 이 온도에서 이불만 덮어준다. 따라서 첫날의 경우 청국장 용기 안의 온도도 20도 정도에 머물러 있다. 30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온도가 높아지기 시작하여 40시간이 경과하면 50도 이상까지 온도가 올라간다. 그러다 84시간 정도 지나면 35도 전후에서 안정화된다. 이 정도 되면 발효가 끝나가고 있다는 표시로 이해하면 된다. 




▲ 청국장 띄우기 종료(96시간 뒤)


▲ 절구에 넣고 적당히 찧어준다. 끈적근적하여 찧는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면 아주 잘 발효된 청국장이다.


▲ 한 번 먹을 분량으로 소분하여 냉동실에 얼려서 보관한다.


청국장이 몸에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 관련 자료들을 보면 우리 몸에 좋은 온갖 물질들이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 물질들 이름은 별로 가슴에 와 닿진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고초균이 증식하면서 균체로부터 단백질 분해효소가 만들어지고 콩의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콩에 비해 청국장의 소화 흡수율이 훨씬 높아진다고 한다. 곧 그냥 콩으로 먹는 것보다 발효된 콩이 훨씬 더 소화 흡수가 잘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청국장은 최소한 3일 이상 띄우는 게 옳다고 본다. 균체가 콩이라는 단백질을 만나서 스스로 그걸 분해할 수 있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만들어내는데만 24시간 이상 걸리는데 하루 만에 만들어지는 청국장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


또하나 언급하자면 고초균은 호기성 발효를 한다. 호기성 발효란 공기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청국장을 띄우면서 잡균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비닐 같은 것으로 용기를 밀폐하는 건 내 기준에서 보자면 한 마디로 미친 짓이다. 잡균 스며드는 것 걱정하지 말고 공기가 잘 통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발효는 과학이다.



출처 :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
글쓴이 : 내오랜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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